BlueCabinet Interview · EP.02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의자가 화제다. 가죽끈이 길게 늘어진 그 의자를 T.O.P은 "우주선 같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한 갤러리의 흰 벽 앞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작품이, 몇 달 사이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과 만나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됐다.
의자를 만든 사람은 건축가 겸 아티스트 이나라.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공간을 설계하고, 그 사이에서 가구와 예술 작업을 펼친다. 〈Pul〉 시리즈는 그가 도시에서 마주한 자연과 인공의 긴장을 가구의 형태로 옮긴 작업이다.
블루캐비넷이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 작품의 영감과, 자신의 의자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경험에 대해.
자기소개부터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가 겸 아티스트 이나라입니다.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중심으로 그 외 다양한 예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파리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T.O.P은 어떻게 이 의자를 골랐나요
뮤직비디오에 나온 Pul 의자는 유기적인 자연과 인공적인 도시 사이의 긴장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입니다. 신기하게도 T.O.P은 의자가 마치 우주선 혹은 인공위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가죽끈은 우주인과 우주선을 잇는 테더(tether)인데, 그 줄이 끊어져서 전혀 다른 차원의 행성에 온 것 같다고요.
의자와 벤치들은 작년 12월 저의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업입니다. 원작은 가죽끈이 뮤직비디오에서 만큼 길지는 않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미 〈Desperado〉 곡을 듣고 있었고, 앨범의 컨셉과 그가 입을 의상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어딘가에 연결되었다가 단절되어 유영하는 느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원래의 가죽끈을 더욱 길게 연장하여 늘어뜨리는 제스처를 택했습니다.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T.O.P이라는 아티스트는 이 의자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가장 잘 가지고 노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음악, 연출, 촬영이 합쳐져,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의 섹시한 면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사실 촬영 현장에 방문했을 때 이미 아주 멋지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영감은 어디서 오나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모습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는데, 작년 여름 서울에 도착했을 때 특히 이 도시의 자연과 인공이 한데 뒤엉키는 방식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공적인 방식이 자연을 통제하려고 시도할 때 자연은 더욱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T.O.P의 이번 앨범에 〈서울시에 사는 기분〉이라는 곡이 있는데, 트랙리스트를 보고 운명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저는 건축과 도시학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재료와 구조에 관심이 있는데, 가죽이라는 마감재와 금속이라는 구조재가 서로의 기존 역할을 바꾸어 교환하게 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습니다.




가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저는 여러 도시들을 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데,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쌓이고 스케치를 합니다. 건축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이미지를 많이 보고 모으는 편입니다.
바로 3D 모델로 실험해보며, 특히 다양한 조명과 각도에서 관찰하며 다듬습니다. 1:1 목업을 만들어서 수정하고, 서울과 파리의 제작자들과 협업합니다.

갤러리와 뮤직비디오, 같은 작품의 다른 얼굴
갤러리에 있을 때는 작품의 가장 순수한 의도가 드러납니다. 흰색 벽은 굉장히 강력한 컨텍스트여서, 관객은 저의 이야기와 작품의 형태에 집중합니다.
한편 뮤직비디오에서는 작품이 다른 아티스트를 만나 또 다른 생명력을 얻습니다. 본질적으로 음악과 뮤지션과의 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연출, 촬영, 의상 등 여러 분야의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만나서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집, 작가의 의자
저는 지금 버건디 색의 비트라(Vitra) 03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파리 집에는 제가 좋아하는 가구들을 하나씩 놓다 보니 집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창가에는 스탁(Starck)의 닥터 글롭(Dr. Glob) 의자 두 개가 마주보고 있고, 소파는 에드라(Edra)의 빈티지 다미에(Damier)입니다. 쾰른에서 발견해서 파리로 옮겨왔습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읍니다. 제 작업과 완전히 다른 결이지만 여전히 자극을 주는 가구들을 모으는 편입니다.

자기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배우고, 자신의 직감을 믿고 끊임없이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BlueCabinet Interview〉는 공간과 디자인, 그 너머의 창작자들을 만나는 시리즈입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요.
Interview BlueCabinet Magazine
Photos Namuk Kim, Yongjoon Choi, Nara Lee Studio
Artist Nara Lee · @eel.n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