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의 한쪽에 자리한 이 작은 상점은, 1958년에 완성된 올리베티의 공식 쇼룸으로, 당시 새롭게 등장한 휴대용 타자기와 계산기를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는 이곳을 단순한 판매점이 아닌 ‘브랜드의 얼굴’로 설계했고, 제품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기 위한 빛, 재료, 동선을 정교하게 조율했다. 덕분에 이 기계들은 도구에서 벗어나 조각적 오브제로 전환되었고, 방문자는 상품보다 브랜드와 공간이 만들어낸 높은 완성도와 정제된 감각을 먼저 경험할 수 있었다.

스카르파의 방식은 크기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대리석, 목재, 유리 모자이크, 청동처럼 서로 다른 재료는 마주 닿는 면에서 미세한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내며, 계단의 단차나 루버 천장 아래 좁게 이어진 워크웨이는 공간을 수평·수직으로 다시 나누어 깊이를 확장한다. 스카르파에게 건축은 작은 요소들이 정확한 거리와 리듬으로 맞물리며 생성되는 풍경이었다.

이 공간이 더 흥미로운 점은 베니스의 도시적 감각을 실내로 끌어들인 것에 있다. 브론즈 조각 위로 흐르는 물, 식물이 놓인 창가, 광장을 프레이밍하는 눈 모양의 격자 창은 모두 베니스의 수면과 빛, 도시의 흐름을 압축한 장치다. 오늘날 플래그십 스토어의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찾아보면, 판매보다 ‘경험’을 우선한 이 작은 방이 그 출발점의 하나였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Source ArchDaily, Metal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