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abinet Interview · EP.05

전시가 바뀔 때마다 미술관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자재가 있다. 가벽을 세우고 다시 허무는 과정에서 매번 폐기되는 석고보드. 디자이너 김하늘은 그것을 분쇄해 제스모나이트와 섞었다. 굳히면 테라조 같은 무늬가 떠오르는 새 소재가 된다.

작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MMCA)과의 협업이 시작됐다. MMCA 로고의 M·C·A 세 글자를 분해하면 네모·동그라미·세모가 된다는 데서 출발해, 그 형태가 그대로 북엔드·트레이·월훅이 됐다. 화이트, 블랙, 레드, 블루 — 분관 색상 시스템에서 따온 네 가지 컬러로 전개되는 오브제 시리즈다.

블루캐비넷이 디자이너에게 직접 물었다 — 폐기물을 굿즈로 옮기는 과정, 그리고 다음에 다룰 소재에 대해.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작년, 미술관으로부터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습니다. 당시 미술관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젊은 창작자'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고, 그 지점에서 서로의 방향성이 맞아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로 작품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던 저에게 작은 사이즈의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꽤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익숙한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배울 점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석고보드를 떠올리셨나요

우선 소재부터 정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골칫거리처럼 버려지는 소재나 자투리를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어왔어요.

미술관에서는 어떤 것이 반복적으로 버려질까를 고민하다가, 전시가 교체될 때마다 대량으로 폐기되는 석고보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폐기된 석고보드를 직접 분쇄해 제스모나이트와 혼합하고, 이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재를 제작했습니다.

조형 설계 단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제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로고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MMCA의 M, C, A 구조를 연결했을 때 네모, 동그라미, 세모라는 기초 도형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고, 그 형태를 입체적으로 확장해 북엔드, 트레이, 월훅 세 가지 오브제 상품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를 그 세 개로 정한 이유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일상적인 리빙 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단순히 형태적인 오브제에 머무르기보다, 사용자가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북엔드는 기초도형을 반으로 분할한 뒤 한 쌍의 구조로 제작해 기능을 부여했고, 트레이는 서로 다른 기초도형을 결합해 하나의 형태로 완성했습니다. 반면 월훅은 도형 자체의 상징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기초도형을 그대로 입체화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숙제는 네모, 동그라미, 세모라는 기초도형, 즉 국립현대미술관의 로고 시스템을 사용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왜 하필 제스모나이트였나요

제스모나이트를 선택하기까지는 꽤 긴 테스트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밀가루, 시멘트, 레진 등 수십 가지의 바인더를 직접 실험해봤지만 대부분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어떤 소재는 내구성이 지나치게 약했고, 어떤 소재는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가벼워 실제 상품으로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석고보드의 단면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작은 기포들이었어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미세한 공기층이 많아 생각보다 내구성이 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그 빈 공간을 안정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소재가 필요했습니다. 제스모나이트는 적절한 점도와 강도를 가지고 있어 석고보드의 입자 사이를 자연스럽게 메워주기에 가장 적합했어요.

그 결과 폐기된 석고보드의 입자와 제스모나이트가 섞이며, 마치 테라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텍스처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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