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사건과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는, 그 앞을 지나고 머무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해져 시간이 켜켜이 축적되는 공간이 된다. 돌과 금속, 대리석의 표면은 손끝이 머무른 자리와 발걸음의 반복을 통해 기억이 스며드는 표면으로 변화한다. 기념비는 과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행하는 작은 제스처를 통해 계속해서 다시 쓰이는 장소로 기능한다.

하룬 파로키는 이러한 공간의 감각적 층을 포착하는 데 뛰어난 작가다. 관찰과 기록을 통해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왔다. 파로키의 관심은 공간과 사람 사이의 미세한 관계가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가에 있다.

그의 다큐멘터리 〈Transmission〉(2008)은 세계 곳곳의 기념비를 만지고, 쓰다듬고, 기대는 사람들의 장면을 모은 작업이다. 만짐의 흔적을 통해 기념비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접촉이 쌓여 완성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돌이 마모되고 닳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공간에 머물고, 사람이 어떻게 닿음으로 기억을 붙잡는지 목도하게 된다.


Source Harun Farocki, 〈Transmissio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