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에 파묻혀, 마치 폐허처럼 변한 미술관을 본 적 있는지.

올가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의 전시는 미술관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시장뿐 아니라 복도, 계단, 극장, 화장실까지 작가의 실험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출입구는 흙더미로 봉쇄되며 공간 전체가 거대한 설치물로 재편되었다.

비야르 로하스는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적·문명적 위기와, 인간을 둘러싼 비인간적 존재들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미술관을 ‘보존의 장소’가 아닌, 끊임없이 분해되고 다시 태어나는 ‘유기체적 구조’로 바라본다. 흙과 식물, 시멘트와 철, 기계 부품과 배관, 심지어 버려진 생활 잔해까지 작품의 재료로 쓰였다.


아트선재센터 〈The Language of the Enemy〉

전시 기간 2025년 9월 3일 – 2026년 2월 1일

Source @artsonjecenter, @artdru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