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진 산업시설의 황폐한 풍경, 밤늦은 학교 복도, 아무도 없는 텅 빈 쇼핑몰. 최근 몇 년간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확산된 이러한 장면들은 특정 장소라기보다,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 발생하는 공통된 감각을 공유한다. 공항의 대기 공간이나 임시 시설처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공간들은 인터넷 이미지 문화 속에서 하나의 시각적 코드로 소비되었고, 단순한 유행을 넘어 동시대 사회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과 정서 구조를 드러내는 키워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리미널(liminal)은 본래 인류학자 아르놀드 반 헤네프가 제시한 개념으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전이의 단계를 의미한다. 이 개념이 2020년대에 다시 주목받은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변화한 도시 환경이 있다. 사용이 중단되거나 기능만 유지된 채 사람의 밀도가 사라진 공간들이 늘어나며, 리미널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공간 경험을 설명하는 언어로 재맥락화됐다.
이러한 흐름은 동시대 미술과 건축에서도 확인된다. 피에르 위그는 완성된 형태 대신 생물, 기술, 시간 조건이 얽힌 불안정한 환경을 구성하며 리미널을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닌 ‘상태가 고정되지 않은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건축에서도 리미널은 하나의 양식이라기보다, 전환의 가능성을 지닌 장소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등장한다.
Source Vice / Medium / Pexels / Arquitectura Viva / Metal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