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 웨스 앤더슨.

2015년 7월, 영국의 건축 평론가 올리버 웨인라이트(Oliver Wainwright)는 평양의 건축물을 기록하기 위해 북한으로 향했다.

웨인라이트는 그곳이 온통 삭막한 잿빛 도시일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그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분홍색 대리석 로비, 청록색 계단, 민트색 복도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영화 세트장 같았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평양은 기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웅장하고 거친 구소련식 건물의 뼈대 위에 파스텔톤의 밝고 희망찬 색감을 덧입혀 놓은 모습은, 마치 1980년대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 도시인 ‘레트로 유토피아’를 재현한 듯하다.

커튼 주름 하나까지 완벽하게 정돈된 이 공간들은, 언제 올지 모를 귀한 손님을 기다리는 거대한 연극 무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솜사탕처럼 달콤한 색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 완벽하게 정돈된 나머지, 정작 사람들이 먹고 자며 생활할 때 묻어나는 ‘진짜 삶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완벽해 보이는 아름다움마저, 국가가 설계한 ‘통제된 환상’일지도 모른다.


Source @ollywainw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