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이기는 거장의 미학, 쇼난 치가사키의 집.

일본 현대 건축의 거장 준조 요시무라(Junzo Yoshimura)가 설계한 ‘쇼난 치가사키의 집’은 어떤 공간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을 선사하는 그런 곳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짙은 체리우드 벽면과 대비되는 고요한 블루 카펫이 공간 전체에 현대적인 세련미와 깊은 사색의 분위기를 동시에 불어넣는다.

요시무라 건축의 정수는 낮은 시선의 미학에 있다. 낮게 설계된 천장과 수평으로 길게 뻗은 선들은 거주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뜨린다. 거실에 놓인 낮은 소파나 나무 의자에 몸을 기대앉으면, 그 시선의 끝에 창밖 정원의 녹음이 마치 한 폭의 병풍처럼 눈높이에 맞춰 펼쳐진다.

거대한 유리창과 빛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쇼지(창호지 문)는 안과 밖의 경계를 기분 좋게 지워버린다. 격자무늬 사이로 스며드는 온화한 빛이 실내를 채우고, 정원의 나무들이 거실 벽면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Source Junzo Yoshimura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