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에 예상 밖의 이름이 등장했다. 주류 건축 거장들이 즐비한 후보 사이에서 스위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상을 거머쥔 것이다. 당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타 건축가는 아니었지만, 그의 〈발스 온천(Therme Vals)〉은 재료의 압도적인 물질성과 깊이로 찬사를 받았다.

춤토르는 특정 양식에 속하기보다 재료와 빛, 온도, 소리 같은 감각적 요소의 결합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설계하는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전통적 장인 기술과 장소성이 중시되는 스위스 공방 문화에서 출발한 그는, 장식과 기술을 최소화하면서도 압도적인 감정의 밀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현대 건축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구축해왔다.

그의 강연록 〈분위기(Atmospheres)〉는 건축을 시각적 형태가 아니라 몸 전체로 경험하는 감각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준다. ‘첫인상’, ‘재료가 가진 기억’, ‘빛의 방향성’, ‘공간의 온도’ 등을 공간의 근본적인 요소로 다룬다. 〈브루더 클라우스 예배당〉, 쾰른의 〈콜룸바 미술관〉, 〈발스 온천〉이 그 대표작이다.


Source Archeyes, The National Gallery, thisis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