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피나 바우쉬의 〈Nelken〉(1982)이 2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바우쉬의 대표작이기도 한 〈Nelken〉은 무대 전체를 수천 송이 인공 카네이션으로 덮은 작품으로, 감정의 흐름을 따라 변하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무대를 설계한 독일 무대미술가 피터 팝스트(Peter Pabst)는 약 30년간 바우쉬와 협업하며 2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팝스트는 무대를 설계할 때 무용수가 겪게 될 물리적 환경을 먼저 고민했다. 그는 바닥의 마찰·탄성·질감이 움직임의 리듬과 감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집중했고, 바닥을 단순한 지지면이 아니라 몸이 닿고 떠나는 접점으로 바라보았다. 〈Nelken〉에서는 인공 카네이션을 바닥에 일일이 꽂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탄성을 만들었고, 〈Ten Chi〉(2004)에서는 고래 꼬리의 구조물과 끊임없이 떨어지는 흰 입자를 더했다.

팝스트의 무대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쌓아 올린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흙, 꽃, 물 같은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해 몸이 세계를 만나는 가장 원초적인 순간을 무대 위에 불러온다.


Source @pinabauschfoundation, @tanztheaterwupper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