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은 토마스 헤더윅이다. 그를 마주할 다섯 번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함께 기대하며, 헤더윅이 만들어 온 작업 중 두 건축물을 골라 살펴본다.

#1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Zeitz MOCAA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 끝자락에는 한때 곡물을 저장하던 원형 콘크리트 건물 그레인 사일로(grain silo)가 있었다. 1921년 지어진 이 건물은 2014년 재건축을 시작해 약 3년의 기간을 거쳐 2017년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곡물 저장소였던 이 건물은 원래부터 42개의 원형 튜브와 등급 분류 타워(Grading Tower)로 구성된 산업 공간으로, 본래의 구조미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이었다. 그래서일까.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 찰스 실러 같은 근대 건축의 거장들 또한 이곳을 모더니티의 순수한 형상이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헤더윅은 이 구조를 단지 훌륭한 전형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수십 겹 덧발라져 있던 페인트를 벗겨내고, 단 한 번의 콘크리트 타설로 이루어진 원형 사일로의 연속적인 표면을 드러냈다. 기존의 거칠고 낡은 구조를 억지로 감추기보단, 그 자체를 재료처럼 다뤄 조각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그레인 사일로의 오래된 콘크리트 소재를 그대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현대의 콘크리트와 다른 거친 느낌을 살렸다.

그럼에도 내부와 비교하자면 이곳의 외관은 훨씬 절제되어 있다. 건축물이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대중적인 미술관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헤더윅은 화려한 외관이 오히려 일반 대중이 쉽게 들어설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공공 건축물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건물의 외부를 지나 중심부로 들어왔을 때, 비로소 절제되었던 의도가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전달되기 시작한다.

좁고 높게 설계된 진입부는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천장에는 곡물을 기차로 흘려보내던 금속 슈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 건물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기능이 현재 공간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앙 로비에 이르면 자연광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돔형 아트리움이 나타나는데, 이 공간은 루이스 칸의 미완 프로젝트 혹은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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