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주거형 전시 공간 워키토키갤러리에서 건축가 사사건건의 개인전 〈가구에게 일어난 일〉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작가의 구기동 자택에서 사용해온 가구를 가져와 갤러리 공간 안에 다시 배치한 형식이다.

전시의 핵심은 가구를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영문 제목 'Trans-Furniture'는 경계를 횡단하며 성격을 바꾸는 가구의 상태를 가리킨다. 사사건건은 반복된 이사와 변화하는 거처의 경험 속에서, 집을 지탱하는 것이 건축 그 자체보다 오히려 함께 옮겨 다니는 사물일 수 있다는 감각을 작업으로 끌어온다.

이탈리아 중세 건축의 볼트나 천장화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손으로 일부러 남긴 흔적, 반듯하지 않은 선과 질감은 산업재의 매끈한 효율성과는 다른 밀도를 만든다. 이는 차가운 기성품에 체온과 서사를 부여하려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읽힌다.

개인적인 가구들이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사건건은 자신의 내밀한 흔적을 그대로 내세우기보다, 경첩과 보철처럼 보다 보편적이고 기능적인 구조의 언어로 치환해 타인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형식을 취한다. 그래서 전시는 단지 예쁜 가구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사물이 인간과 공간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다시 조직할 수 있는지 묻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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